물도 땅도 늘 푸르고 비옥한 마을이 있었다. 사람들은 늘 둥글고 기름진 얼굴로 웃었지만 마을의 장로들은 가슴에 점처럼 찍힌 근심을 안고 살았다. 마을의 뒷산 꼭대기에는 사람을 먹는 괴물 하나와 수하들이 있었다. 흉칙하고 커다란 모양새의 괴물이 움직이면 온마을이 쑥대밭이 되어버릴 거라는 걱정이 늘 도사렸다. 장로들은 매번 젊은 처자와 곡식, 재물을 갖다 바치는 것으로 괴물을 만족시켰다. 마을은 평안했고 사람들은 늘 크게 웃었으며 그 웃음소리의 크기에 비례하는 속도로 젊은 처자들이 사라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를 낳고 땅을 일굴 젊은 사람들은 모두 괴물의 먹이가 되거나 마을을 떠나 늙은 장로들 만이 마을에 남았다. 장로들이 두려움에 떨며 구석에 숨어있을때 산 밑으로 기어 내려온 괴물과 그 수하들이 보였다. 괴물은 주름지고 늘어진 가죽을 힘없이 끌고 있었다. 그 울음소리는 끔찍했으나 자기 몸 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기괴하고 병든 존재였다. 곧 괴물은 널부러졌고 수하들은 혀를 차며 괴물을 내팽개쳤다. 장로는 다음 희생양이 되어줄 마을을 찾아 떠나가는 수하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았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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