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4분기 심층 탐구 주제였는데 나름의 답을 내고나니 토호의 노래 제목으로 다시 마주쳤다.
첫번째. 곡감상.
음질이 나빠서 대강 흘려 들었고, 와중에 떠오른 생각은 아 얘네 정말 '아티스트'는 아니구나 하는 거.
아티스트가 뭐 그리 대단한 단어길래 얘네한테 못 붙는 단어냐..하겠지만 어떤 문맥, 어느 수준에서 사용하냐에 따라 단어의 의미도 달라지기 마련이니까. 예술하는 모든 사람을 의미하는, 고로 노래하는 모든 가수에게 붙어도 무방한 수준에서 정의되는 아티스트 말고,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의미가 대치되는 상황에서 토호의 위치를 규정할 때, 뜬금없이 이런 노래를 부르는 얘네는 분명 아이돌이다.
아이돌과 아티스트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가창력의 수준, 앨범의 완성도 같은 것이 아니라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의 위치'라고 본다. 락이든 힙합이든 트롯이든, 성과의 퀄리티가 어떻든 간에 들려주는 음악에 부르는 사람의 자아가 녹아 있지 않다면 기획 상품-아이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작곡에 프로듀싱까지 가능하다면 두말할 것 없겠지만 다른 사람의 곡을 받고 다른 프로듀서의 힘을 빌려 완성하더라도 곡을 고르고 레코딩하고 믹싱하여 마스터링할 최종의 음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체적인 포지션을 가지고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있다면 아티스트라 부를 수 있을 거다.
아이돌-기획상품으로서의 가수의 음악은 변모하는 시장의 트렌드, 마케팅 요소를 반영하여 생산되므로 가변적이지만 아티스트의 음악은 어느 한 사람 혹은 음악적 지향이 일치하여 함께 하게 된 그룹의 의사가 지속적으로 반영되므로 대체로 일관된 장르와 색깔을 보여주게 된다. 물론 빼도박도 못하게 아티스트인 가수 중에 장르나 색깔에서 종잡을 수 없는 다양성과 변화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엔 "종잡을 수 없는 다양성과 변화" 자체가 아티스트가 가진 일관된 자아의 표출일 거다.
새싱글 음원에 뜬금없는 아티스트론을 펼치고 있는 건, 이번 노래가 토호에게서 들어본 적 없는 지나치게 새로운 분위기의 곡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토호가 건드려온 장르만 해도 한 전질이지만(샤는 무려 뉴잭스윙 비슷한 거 까지 해써) 그래도 그간의 것들은 이전에 뜨고 진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이번 앨범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어요" 하는 세리프와 함께 건드리던 장르의 범주를 넘어서지 않았는데 이번 건 좀 많이 생경하다. 어느 정도냐면... 라운지음악스러웠따!!!! 지지직 동동거리는 소리가 일렉 싸운드인지 녹음 상의 노이즈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내 막 귀로 휙 듣기엔 라운지음악의 냄새가 났다. 동방신기와 라운지라니.. 이게 어츠게 연관 가능한 짝이냐능.. 투게더에서 퍼플라인, 뷰리풀유로 이어가는 노선만으로도 이미 갈之자, 서울에서 당진갔다가 의정부로 다시 올라와서 대구 내려가는 혼란스런 행보지만 이번 곡은 아주 휙하고 해외로 떴다. 얘네의 이런 종잡을 수 없음, 장르와 스타일 불문의 디스코그래피야 말로 토호의 아이돌스러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게 싫으냐고 하면, 아니요. 무지 좋아요. 아티스트에겐 없고 아이돌에겐 있는 것이 '니가 뭘 불러도 좋아. 이것저것 여러가지 할수록 좋아'하는 팬이고, 내가 바루 그런 팬이니까염. 나 아이돌 너무 좋아 아이돌 만세.
두번째. 난 진짜 어쩌다 얘를 좋아하게 됐을까.
좋아해볼까 작정하고 찾아본 것도 아니고, 한 번 관심 기울여 들여다 본 적도 없는데 정신 차려보니 좋아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이유는 좋아하는 과정에서 발견하게 된 것들을 소급하여 갖다 붙인 것 뿐이고, '좋아한다'로 가기까진 '어쩌다'의 과정이 없었다. 음악프로 보다가 귀에 들어온 목소리에 이름이 궁금해서 검색한 것이 시작인데 그 이후로는 마음이 제 멋대로 흘러갔다. 이유도 없이 그냥 끌렸다. 나도 모르게 들여다보고 찾고 설레어 하고 있었다. 왜?? 도대체 나는 그 때 왜?? 지금은 또 왜?? 머리 싸매다 어렵게 찾아낸 답인데, 난 애초부터 유전자에 쟤 이름이 새겨져 있었던 거다. agct 무한 배열 사이에 x/i/a/h가 중간중간 껴있는 거라구.
부산 사람들이 롯데를 응원하는 이유는 그저 부산 사람이기 때문이고, 내가 쟤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나이기 때문이다. 다른 건 없다. 나는 그냥 이러려구 태어난 거. 벗어날 수 없는 거.



덧글
포르말린 2008/06/02 03:09 # 답글
...첫번째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의 위치'에 대한 나의 바람이 정리되어 있어서 0.1초간 내가 썼나..착각.그러나 나는 이렇게 글을 못쓴다는 사실에 현실로 컴백.두번째 '좋아한다'는 과정에서 '어쩌다'가 빠진 사람 발견해서 멋대로 친근감 느낌.
링크신고 합니다.흐흐.
_퉁_ 2008/06/02 10:58 #
이글루 열고나서 원래 알던 분 리플은 받아봤어도 첨 뵈는 분 리플은 첨이라 설레네요ㅎㅎ 어케 들어오셨는지두 궁금키두 하구~ 암튼 반갑습니다~~